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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5호 (2015.6.1발행) - 한국의 거지소년 신호범의 미국 상원 5…
  글쓴이 : KBS로고스 날짜 : 15-05-29 10:27     조회 : 469    
<지난 줄거리 요약>

 남의 집 부엌에서 태어난 신호범은 어머니가 유방암으로 사망하자 6살 때 집을 나와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거지생활이 시작되었다. 그후 머슴살이와 미군부대 하우스보이를 거쳐 19살 때 미국 입양길에 오른다. 신호범을 입양한 사람은 하우스보이 시절 그를 불쌍히 여긴 미군부대 군의관 폴 대위였다.
 

폴 대위는 신호범의 입양수속을 마무리 짓고 제대와 동시 본국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신호범은 여권발급 지연으로 3년을 기다린 끝에 1955년 9월 양아버지가 기다리는 미국으로 떠난다.6살 때 거지생활에서부터 미국에 입양가기까지 12년간 신호범이 겪었던 눈물로 얼룩진 그 기막힌 이야기는 안드레명상 홈페이지를 통해서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www.andre.pe.kr
 

서울역에서 야간 열차를 타고 흥분과 설레임으로 꼬박 뜬눈으로 다음날 아침 부산역에 도착했다. 신호범은 자신이 타고 갈 SS콘테스트호가 정박해 있는 부산 영도다리 근처 부둣가로 달려갔다. 유학을 떠나는 10여명의 청년들이 꽃다발을 목에 걸고 부모 형제들과 즐겁게 기념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오직 신호범만이 홀로 처량한 모습으로 승선을 기다렸다.
 

드디어 신호범이 승선 사다리를 타고 배로 올라가는 순간 갑자기 두 다리가 휘청하면서 쓰러질 위기의 찰나였다. 신호범은 즉각 사다리의 난간을 붙잡고 숨을 크게 쉬고 정신을 차렸다. 아마 신호범은 이제 드디어 미국으로 가는 것이 꿈이 아닌 현실 앞에 갑자기 긴장이 풀린 탓일까? 오전 11시 미 군용 SS콘테스트호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향해 부산항을 빠져나갔다.
 

갑판으로 올라온 신호범은 시야에서 서서히 멀어져가는 부산항을 바라보며 소리 없이 울었다. 신호범의 머리에는 지난날의 갖가지 슬픈 일들이 마치 옛 영화의 필름처럼 지나갔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고통스럽고 애간장을 태우며 울분을 토한 것이 3년간의 여권 수속이었다.
 

매사에 뇌물을 건네지 않고는 절대 해결이 안되는 공직 사회의 부정부패와 인간 차별에 치를 떨었다. 결국 3년간의 여권 수속이 수포로 돌아가자 신호범은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절망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이때 미국의 양아버지의 끈질긴 노력으로 이틀만에 여권 수속이 해결되었다. 신호범은 갑판 위에서 바다를 향하여 절규한다.
 

 “나를 낳아준 조국이 나를 냉대하고 차 버렸는데, 어찌 내가 이 땅을 조국이라고 부를 수 있겠느냐! 그리고 세월이 흘러 먼 훗날 이 땅을 내 조국이라고 다시 찾아올 수 있겠느냐!…… 신호범은 한맺힌 조국에 대한 배신과 원망과 저주를 참을 수 없어 바다를 향해 연달아 세 번 침을 뱉었다.
 

점심식사 시간이 되어 식당으로 들어갔는데, 선원과 승객을 합쳐 20여명이었다. 주로 미군들의 생활 소모품을 운송하는 150피트 정도의 화물선이다. 식당의 자리에 앉자 즉시 백인 선원이 보기에도 맛있게 보이는 양식을 신호범의 식탁에 갔다 놓고 눈 인사까지 했다.
 

항상 식사 때마다 남에게 음식대령만 했던 신호범이 백인으로부터 차려주는 음식상을 받았다. 지금도 그 날의 그 감동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부산을 떠나 12일간 망망대해를 항해한 SS콘테스트호는 중간 기착지인 시애틀 항구에 입항했다. 목적지 샌프란시스코는 오후 4시 출항이기 때문에 체류 시간이 많아 유학생들은 시애틀 관광에 나섰다.
 

신호범은 양아버지께 시애틀 도착 전보를 치고 나니 수중에 단 4달러가 남았다. 신호범은 혼자 배에 남을까 생각하다가 용기를 내어 유학생들을 따라 시애틀 관광을 하고 나니 이제 2달러가 남았다.
 

샌프란시스코를 가면서 신호범은 서서히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지금까지는 유학생들과 같이 행동을 했지만 이제 샌프란시스코에 내리면 혼자가 되는데 과연 부두에 누가 나와서 자신을 맞이해 줄 것인지? 불안과 위기감이 엄습해 온다. 새벽녘이 되어 배는 드디어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아래로 지나가 곧 항구에 입항했다.
 

청년 유학생들은 부두에 내리자 각자 행선지를 향해 떠나고 신호범 혼자만이 부둣가에 외로이 서 있었다. 그때 한 백인 여자가 신호범에게 급히 오더니 “당신이 벅숏입니까?”하며 반갑게 악수를 청했다. 벅숏이란 말은 신호범이 하우스보이 시절 양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이다. 모든 일을 너무나 빨리 잘 해내서 총알이란 뜻의 이름이다.
 

그런데 백인 여자의 첫 말이 “나는 벅숏의 이모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노란색 금발머리의 아름다운 여인이 신호범에게 이모가 된다는 말에 신호범은 당황했다. 그 여인은 바로 양어머니의 동생이었다. 이모는 신호범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금문교 언덕 밑 밸리 동네 자리잡은 그 이모의 집은 아름다운 큰 저택이었다. 응접실로 들어설 때 신호범은 얼른 신을 벗어 들었더니 이모는 신을 신고 그대로 들어가자고 했다. 그러나 신호범은 그 깨끗한 카펫에 절대 신을 신을 수 없다고 했다. 즉 남의 방에 어떻게 신을 신고 들어가느냐고 우기면서 신을 들고 들어갔다.
 

신호범이 미국에서 겪는 첫번째 문화 충돌이었다. 잠시후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와 신호범을 요리조리 보면서 동양인의 모습에 이상한 웃음을 지었다. 저녁 식사후 신호범은 이모를 따라 금문교와 샌프란시스코 시가지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올라갔다. 불야성을 이룬 시가지를 보는 순간 신호범은 바로 이 땅이야말로 축복 받은 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 우리 대한민국은 전쟁으로 초토화가 되었고 거지 아이들이 떼를지어 거리를 방황해야 하는지? 하나님은 왜 이곳 미국 땅만 축복해 주었는지? 갖가지 서운한 생각이 났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새 땅과 새 하늘이 전개되는 이곳으로 자신을 인도해 주신 것에 감사기도를 드렸다.
 
 
 

3년만에 양아버지와 상봉
 
 

신호범은 다음날 이모님의 친절한 환송을 받으며 양아버지가 살고 있는 솔트레이크 시티로 가기 위해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탔다. 버스는 캘리포니아주를 지나 네바다의 사막을 거쳐 유타주로 들어갔다. 온 땅에 하얀눈이 내렸는데 자세히 보니 그것은 소금 벌판이었으며, 드디어 버스는 양아버지가 살고 있는 솔트레이크에 도착했다. 양아버지와 가족들이 마중을 나와 있었고 특히 양아버지가 눈물을 흘리면서 신호범을 힘차게 껴안는 순간 신호범은 참았던 눈물이 왈칵 나왔다.
 

양아버지가 “네 어머니다”하고 양어머니를 소개하자 양어머니는 미소를 지었지만 얼굴의 숨겨진 표정에는 다소 차가움이 깃들여 있었다. 순간 신호범은 이 양어머니와의 앞날의 관계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짐작했다. 그리고 옆에는 11살된 아들 필립, 9살된 로버트 그리고 6살된 하워드 3형제가 있었지만 모두가 다 신호범을 빤히 쳐다만 보고 인사를 하지 않았다.
 

신호범이 후일에 알게된 일이지만 양어머니는 신호범의 입양을 반대했으며, 특히 큰아들 필립은 동양인 신호범이 앞으로 이 집안에 장남이 된다는 것에 매우 분개했다고 한다. 40여분을 달려 양아버지 집에 도착해 보니 샌프란시스코 이모 집보다 더큰 대 저택이었으며, 그리고 이미 신호범의 방도 잘 꾸며져 있었다. 저녁에는 양아버지의 많은 친척들이 찾아와 신호범의 입양 축하 파티까지 해주었다.
 

친척들이 다 돌아간 후 양아버지는 조용히 신호범을 불러 다시한번 위로의 포옹을 해준후 “벅숏, 너를 내아들로 정식 호적에 올리려면 새로 이름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로가 상의한 끝에 양아버지의 성인 폴(Paull)과 신호범의 성인 신을 합쳐 폴신으로 정했다. 특히 신호범이 빨리 공부를 하고 싶다는 말에 아버지는 내일 아침 당장 인근의 고등학교를 가보자고 했다.
 

그러나 신호범은 고등학교는 절대 힘들 것이라고 난색을 표하자 아버지는 그럼 중학교, 아니면? 초등학교?”…… 다음날 아침 신호범은 옷가게에서 아버지가 사주는 새 구두에 새옷을 입고 마치 소풍이라도 가는 듯 즐거운 마음으로 초등학교 교장실로 들어섰다. 아버지로부터 신호범이 초등학교에 입학해야될 사연을 다 듣고난 교장은 신호범의 우람한 체격에다 특히 나이가 19세라는 말에 고개를 흔들었다.
 

교장은 19세 나이라면 고등학교를 찾아가라고 했다. 양아버지는 신호범을 위로하면서 이번에는 중학교를 찾았지만 중학교 교장 역시 거절했다. 양아버지는 실의에 빠진 신호범을 데리고 이번에는 고등학교를 찾았다. 양아버지는 고등학교 교장에게 신호범의 어려운 성장과정과 그리고 입양을 통해서 이 아들을 훌륭한 사람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교장과 아버지, 신호범 세사람에게 잠시 침묵이 흘렀고 교장은 신호범을 애처롭게 보고 있었다. 드디어 교장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초등학교도 중학교도 졸업을 못했는데, 고등학교 공부는 너무나 힘듭니다. 죄송하지만 입학은 불가능합니다.”……  순간 신호범 입에서 통곡에 가까운 울음보가 터졌다. 교장은 깜짝 놀라며 당황하기 시작했다.
 

양아버지가 얼른 신호범을 안고 위로했지만 울음은 그치지 않았다. 이번에는 교장이 신호범의 등을 토닥이며 위로를 하면서 “그런데 왜 이렇게 슬피우는지 그 이유를 말해주겠니?”하고 질문을 했다. 울음을 멈춘 신호범은 “제가 고마운 양아버지께로 입양돼 미국에 온 것은 첫째 공부를 하고 싶은 큰 꿈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다 저를 받아주지 않으니 이제 저는 꿈이 다 사라졌습니다.”…… 유창하지도 않는 영어를 더듬대며 말하는 신호범에게 교장은 자신의 손수건을 꺼내주며 “자네 정말 그렇게도 공부가 하고 싶은가?” “네 그렇습니다. 남들처럼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 제 꿈이고 소원입니다”라고 또렷하게 대답을 했다.
 

교장은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미국의 특별교육 프로그램인 검정고시 제도(GED)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바로 우리나라의 검정고시 제도와 같은 것이었다. 교장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이 검정고시에 합격하면 고등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인정 받아 앞으로 대학에 들어갈 자격을 얻게 되는데 한 번 도전해 보겠니?” 하고 말했다.
 

신호범은 상세한 내용은 다 알지 못했지만 여하튼 교장의 진지한 표정의 격려가 마음에 들어 무조건 “Yes"하고 대답해 버렸다. 그러자 교장은 미소를 지으며 “I love you”하고 신호범을 힘껏 안았다. 교장은 그 자리에서 영어교사 에반스 부인을 불러 신호범의 딱한 처지를 설명한 후 매일 2시간씩 특별지도를 부탁했다. 학교 입학생은 아니면서 일종의 과외공부였다. 신호범은 교장에게 “생큐”를 연달아 하면서 한국식 큰절까지 하니 교장은 연신 싱글벙글 웃었다.
 

이렇게 해서 안개속으로 사라질 뻔했던 신호범의 희망의 무지개는 다시 아름답게 떠올랐다. 이 교장이 바로 신호범의 인생에 두번째 등대였다. 즉 초등학교도 졸업 못한 신호범을 미국에서 대학원 박사 과정까지 연결해 준 케니스 화 박사였다.
 
 
 

고학생 신호범의 필사적 노력
 
 
 

신호범은 비록 이 고등학교의 정식 학생은 아니지만 그래도 등교하는 시간에 맞추어 7시에 학교 도서관에서 예습부터 했다. 특히 에반스 선생의 친절한 영어공부 개인지도에 너무나 고맙고 감격해서 어떤 날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오후 4시에 공부가 끝나면 귀가해서 집안 일을 열심히 한다. 세탁기에서 하루 2통씩의 동생들 빨래를 하고 다람질을 마치면 곧이어 집안의 청소를 한다.
 

잠시도 쉴새없이 이 모든 일을 열심히 함으로써 동생들과 특히 어머니로부터 진정한 가족으로서 인정을 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특히 아버지는 낮에 치과의사 일을 하고 저녁에는 의과대학 교수로 근무하다 밤 10시경 귀가한다. 아버지는 피곤을 무릎쓰고 밤 12시까지 신호범에게 학교에서 못 배우는 수학, 물리 화학을 가르킨다. 신호범은 아버지의 헌신적 노력에 보답하기 위해 밤 12시부터 아버지의 개인지도를 다시 복습에 들어가 새벽 3시에 끝난다.
 

그야말로 초죽음이된 신호범은 새벽 3시 하나님께 눈물의 기도를 드리고 드디어 잠이든다. 그러나 불과 3시간후 새벽 6시에 다시 기상하여 어머니의 부엌일과 동생들의 등교 준비를 돕는다. 하루 3시간 수면습관이 이때부터 시작되어 선교사와 군대시절을 제외한 박사 학위를 받는 날까지 23년간 지속되었다. 이 당시 신호범은 잠 한번 실컷 자보는 것이 소원이었다. 신호범의 독학에 가장 애를 태운 것은 영어공부였다.
 

특히 영어단어를 아무리 외워도 다음날이 되면 기억이 나지 않았다. 너무나 안타까워 한국에서 가지고 간 영어사전을 1페이지씩 외우고 나서 외운 그 사전 페이지를 찢어 불에 태워 그 재를 물에 타서 마시기도 했다. 그야말로 죽기 살기로 단어를 외워나갔다. 드디어 4월에 검정고시가 닥아왔다. 그런데 혹시 만일 합격이 된다면 당장 등록금이 문제다.
 

아버지께 등록금 부담을 지울 수 없어 신호범은 시내에 있는 유타 호텔 접시닦이를 시작했다. 신호범의 타고난 성실 근면과 빠른 행동에 호텔 메니저가 깜짝놀라 접시닦이에서 한단계 승진을 시켜 식탁 서비스를 맡게 했다. 그러나 너무 빨리 승진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내용인즉 테이블에 소금 그릇과 설탕 그릇을 구별 못해 설탕과 소금을 각각 다르게 담아 버렸다. 결과 여러 테이블 여기 저기서 커피를 마시던 손님이 커피가 짜다는 항의 소동이 벌어졌다.
 

메니저가 항의하는 손님들께 일일이 찾아다니며 사과를 하는 사이 신호범은 또다시 사고를 쳤다. 즉 신호범은 음식 찌꺼기를 담은 손수레를 끌고가다 극심한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잠깐 조는 바람에 손수레가 벽에 부디치는 사고가 생겼다. 즉 손수레가 벽에 부디치면서 접시에 있던 음식 찌꺼기들이 마침 옆자리에 앉은 한 귀부인의 드레스에 쏟아지면서 귀부인은 비명을 질렀다.
 

달려온 지배인은 두 주먹을 벌벌 떨면서 신호범을 향해 “너는 이 순간 해고다 빨리 꺼져!!”하고 고함을 치며 신호범을 마치 개 쫓듯이 호텔 밖으로 차 버렸다.
 

※ 다음 128호에 계속됨.
 

글:김수호 (안드레명상 발행인,
주님의 교회 협동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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